침수2 Submergence2
Concept
循 · 環 · 生 · 成 · 消 · 滅 · 氾 · 濫
循環 순환 Circulation
자연의 흐름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과정
生成 생성 Creation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고 자라남
消滅 소멸 Extinction
생명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감
氾濫 범람 Flood
물이 넘쳐 경계를 벗어나는 현상
循 돌 순 · 環 고리 환 · 生 날 생 · 成 이룰 성 · 消 사라질 소 · 滅 멸할 멸 · 氾 넘칠 범 · 濫 넘칠 람
循 Circulation · 環 Cycle · 生 Birth · 成 Formation · 消 Disappearance · 滅 Extinction · 氾 Overflow · 濫 Flood
















































































Note
육지와 강이 만나는 지점은 대개 콘크리트 제방을 쌓아 관리된다. 콘크리트는 경사로 되어 있어 흙이 쌓이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매년 홍수로 토사가 퇴적되면 그 틈에 잡초들이 뿌리를 내린다. 시간이 흐르며 무성해진 풀들은 콘크리트 제방을 마치 흙으로 덮인 땅처럼 보이게 만든다. 나는 이 잡초들이 매년 침수되어도 되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단순히 계절에 따라 식물이 나고 죽는 곳이 아니었다. 잡초들은 서로 경쟁하고 바람에 흔들리며, 수해를 입으면 서로를 지탱하고 의지한다. 거미가 줄을 치고 물잠자리가 쉬어가는 이 작은 숲에서, 잡초들은 어떤 해에는 병충해로 시련을 겪고 어떤 해에는 더없이 건강하게 자라난다. 장마로 휩쓸려 나간 뒤에도 다시 무성해지는 데에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화려하고 수려한 식물을 좋아하지만, 나는 누구도 돌보지 않는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잡초에 더 마음이 간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같고, 화려하지 않아도 곤충들을 보듬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람인 내가 배우는 것이 더 크다. 흔히 백성을 ‘민초(民草)’라 부르듯, 시련이 와도 기어이 싹을 틔우는 이들의 보편적이고 강인한 삶은 결국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다.
이 애정 깊은 생명들을 특별하게 표현해주고 싶었다. 사람이 예뻐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듯, 한 장면을 네 가지 시각적 화법으로 풀어냈다. 컬러, 컬러 반전, 흑백, 흑백 반전. 하나의 장면은 서로 다른 네 가지 모습으로 확장된다. 있는 그대로의 색이 좋을 때도 있지만, 시각을 뒤집고 색을 걷어냈을 때 비로소 대상의 본질적인 형상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이곳의 잡초들을 멋진 사진으로 만들어, 미술관에 걸어도 전혀 손색없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Info
역사에 기록된 한강의 대홍수
경진년대홍수(庚辰年大洪水)
連日大雨㳂江居民多被漂没
날마다 큰 비로 강가에 사는 백성이 많이 표몰(漂沒)당함.
중종실록 40권 (중종 15년, 7월10일)
1520년 경진년에 발생한 대홍수로 강북 뚝섬의 일부였던 잠실에 샛강이 흐르게 되어 잠실 일대는 섬으로 분리됐다. 원래 한강 본류는 남쪽의 송파강(松坡江) 이었고, 새로 생겨난 샛강은 신천(新川)으로 불렸다. 현재 송파강은 사라져 석촌호수 일대로 남았고, 신천은 한강 본류가 되었다.
을축년대홍수(乙丑年大洪水)
한강에 단 하나의 저수(貯水) 댐도 없던 시절 한강이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수마(水魔)였다.
동아일보 1925.07.18 기사
1925년 을축년에 일어난 네 차례의 큰 홍수로 7월 초순부터 9월 초순까지 발생한 집중 호우 피해로 연간 강수량의 80%를 기록했으며, 당시 조선총독부 1년 예산의 58%에 해당하는 1억 300만원의 피해를 준 한강 유역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홍수로 기록되어 있다. 대홍수로 숭례문 앞까지 물이 찼으며, 용산역의 열차는 물에 잠겼고, 암사동과 미사리의 선사유적지와 백제의 풍납토성이 발견되었다.
치수(治水)와 한강의 변화
한강 개발 당시 치수(治水)를 위해 쌓은 제방은 홍수를 예방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강물 본연의 역동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모습은 상실되었다. 1980년대 이전 한강의 폭을 보면, 홍수기에는 강폭이 평균 2km, 최대 3.5km에 달했다. 잠실을 중심으로 보면 북쪽의 구의역 부근에서 남쪽의 석촌호수 남단까지 강물이 차올랐던 셈이다. 반면 갈수기에는 한강대교를 기준으로 노량진과 흑석동 쪽에 붙어 흐르는 50m 정도의 가느다란 물줄기만 남았고, 나머지는 광활한 백사장으로 드러나 있었다.
한강의 자연 하천 구조는 계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1980년대 한강 종합개발 이전에는 홍수기와 갈수기의 수위 차이가 매우 커서 넓은 모래사장과 범람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러한 역동적인 환경은 다양한 식생과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훌륭한 생태적 기반이 되었다. 하천 둔치의 식물들은 침수와 건조를 반복하는 극한의 환경에 적응한 종들로, 빠른 생장과 번식력을 특징으로 한다. 이들은 홍수나 인위적인 제초 작업 등 거대한 변화 이후에도 척박한 땅을 딛고 빠르게 회복하며 새로운 개체군을 형성하는 강인한 생태적 특성을 지닌다.
지금 한강은 종합개발 이후 제방과 수로가 정비되면서 홍수 조절 기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었으나, 강의 자연스러운 범람과 지형 변화는 제한되었다. 이는 인간의 안전과 도시의 편리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강이 오랜 시간 지니고 있던 본래의 유동적인 변화 양상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