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 Spring
발원지를 찾아서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어귀인 하구(河口)에 이르기까지, 그 거대한 물줄기의 시작점인 원천(源泉)을 찾는 일은 늘 가슴 벅차다. 겨우 술잔을 띄울 만한 아주 적은 물이라는 뜻의 남상(濫觴)처럼, 강의 장대한 여정도 결국 깊은 숲속의 작은 샘(泉)에서 비롯된다.
물리적인 잣대로 보았을 때 내가 한강의 시작점이라 여기는 곳은 태백에 위치한 ‘고목나무샘’이다. 이곳이 하구로부터 가장 먼 거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발원지는 두 곳이 더 있다. 바로 지리적 요건을 충족한 ‘검룡소’와, 측량 기술이 없던 조선시대 이전부터 발원지로 여겨져 온 오대산의 ‘우통수’다. 우통수는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만큼 오늘날 공식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보다 더 많은 기록이 전해 내려온다. 눈을 감고 이 두 곳을 떠올리면 지금도 그 생생한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두 곳 모두 걸어서 닿아야 하는 산자수려(山紫水麗)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있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선사하지만, 그 샘물(泉)이 품은 분위기는 사뭇 대조적이다.
태백산 국립공원 직원들의 보전 노력 속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 검룡소에서는,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가 승천하기 위해 용트림을 한 흔적만큼이나 힘찬 물줄기의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다.
반면,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비법정(非法定) 탐방로에 오롯이 숨어 있는 우통수는 무척이나 고요하다. 오대산 서대 수정암의 너와집 지붕 아래서 묵묵히 정진하는 스님 한 분, 그리고 깊은 산속 산짐승들을 벗 삼아 물맛 제일가는 샘물로 차를 우려 마시는 넉넉한 여유가 머무는 곳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생명력과 사연을 품은 작고 고요한 원천(源泉)에서 출발한 물줄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강을 이루고, 마침내 넓은 바다를 향해 흘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