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피나무 Bass Wood
Concept
無 · 常 · 循 · 環 · 生 · 成 · 消 · 滅
無常 무상 Impermanence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여 고정됨이 없음
循環 순환 Circulation
자연의 흐름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과정
生成 생성 Creation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고 자라남
消滅 소멸 Extinction
생명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감
無 없을 무 · 常 항상 상 · 循 돌 순 · 環 고리 환 · 生 날 생 · 成 이룰 성 · 消 사라질 소 · 滅 멸할 멸
無 Nothingness · 常 Continuity · 循 Circulation · 環 Cycle · 生 Birth · 成 Formation · 消 Disappearance · 滅 Extinction
























Note
자전거를 타고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부근을 지날 때면 홀로 떨어져 있는 찰피나무 한 그루가 늘 시선을 붙잡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려온 것처럼, 혹은 헤어졌던 친구처럼 나무는 익숙하게 내 시선에 들어왔다. 나무 앞에는 작은 오솔길이 나 있는데, 가끔씩 사람들이 지나가면 나무가 사람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카메라를 챙겨 자전거를 타고 나무를 만나러 갔다. 새순이 돋기 시작하는 봄, 2021년 4월 20일, 찰피나무의 첫 촬영을 시작했다.
나무에서 50m 정도 떨어진 자전거 도로에 자전거를 세우고 기다린다. 산책 나온 사람, 데이트하는 연인, 나들이 나온 가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나무 앞을 지나쳐 간다. 사람들은 홀로 선 나무를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무심히 지나치기도 한다. 나무 주변에서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는 평온한 행복이 묻어난다. 강변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나무는 마치 묵묵히 행위예술을 하는 예술가와 같다. 예술가가 나무로 위장해 사람들을 관찰하듯, 홀로 선 찰피나무는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봄과 여름이면 가지마다 잎을 틔워 초록빛 생명력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발길이 끊어지는 추운 겨울이 오면 스스로 잎을 떨군 나목(裸木)이 되어 묵묵히 봄을 기다린다. 뒤로는 북한강이 흐르고 멀리 산이 숲을 이룬 평온한 풍경 속에서 나무도 자연의 일부로 계절의 순환을 증명한다.
사실 처음에는 이 나무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사진을 찍어 나무를 잘 아는 분에게 물으니 피나무속 찰피나무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찰피나무는 자연 상태에서 씨앗이 발아할 확률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 묘목을 심고 정성껏 가꾸었는지, 아니면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스스로 생명을 피워냈는지, 홀로 이토록 자라난 연유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렌즈 너머로 내가 찰피나무를 관찰하고 기록한 1년 남짓한 시간은 이제 사진 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강변을 기록하다 보면 이처럼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이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마음을 다잡고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다시 찾다 보면 어느새 그 풍경은 내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는다. 오랜 세월 강물을 마주하며 렌즈 너머로 대상을 관찰해 온 시간은 사진 속에 고스란히 압축되어 나타난다. 대상을 향해 쏟은 물리적인 시간만큼 작업의 깊이는 더해지고 만족도는 단단해진다. 길 위의 찰피나무와 맺은 소중한 인연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이 아니라 끈질기게 발걸음을 옮기며 꾸준히 공을 들여 만들어 낸 시간의 결과물이다.
Info
찰피나무
피나무과 피나무속에 속하는 낙엽교목(落葉喬木)으로 높이는 10~20m 정도 자란다. 6월에 연한 노란색 꽃이 피며, 이 꽃은 해열 및 진정 작용이 있어 약재로도 쓰인다. 한국, 중국 등지에 서식한다. 꽃에 꿀이 많아 양봉 산업에 중요한 밀원수종(蜜源樹種)이며 목재로서의 활용 가치도 높아 우리에게 매우 유익한 나무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는 종자의 발아율이 낮아 야생에서 흔하게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 수종이다.
북한강(北漢江)
북한 금강군 옥발봉과 단발령 부근에서 발원해 남한 양평군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하는 한강의 제1지류로, 지류 중에서 가장 길다. 강원도 화천과 춘천을 거쳐 소양강, 홍천강 등 주요 지천과 합류한다. 북한강은 산악 지형을 따라 흐르며 물길이 좁고 낙차가 커서 댐 개발에 유리하다. 유량도 풍부해 임남댐(금강산댐), 평화의 댐, 화천댐, 춘천댐, 소양강다목적댐, 의암댐, 청평댐 등 여러 댐이 위치해 있다. 특히 발원지가 북한에 있어 화천댐과 평화의 댐처럼 단순한 수위 조절을 넘어 북한의 수공을 방어하는 군사적, 정치적 목적을 띤 댐까지 존재한다. 반면 남한강은 강폭이 넓고 흐름이 완만해 댐이 적으며, 남한강에는 충주댐이, 한강 본류에는 팔당댐이 각각 하나씩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