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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 Duality

Concept

對 · 置 · 裏 · 面 · 半 · 竝 · 中 · 庸

對置 대치 Confrontation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마주 서서 긴장을 이루는 상태

裏面 이면 Two Sides in Coexistence
공존의 양면, 겉으로 보이는 것 뒤에 존재하는 또 다른 모습

半竝 반병 Parallel Division
둘로 나뉜 장면이 나란히 놓이며 의미를 드러냄

中庸 중용 Balance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조화로운 상태

對 마주 대 · 置 둘 치 · 裏 속 리 · 面 얼굴 면 · 半 반 반 · 竝 나란히 병 · 中 가운데 중 · 庸 항상 용

對 Confrontation · 置 Position · 裏 Interior · 面 Surface · 半 Half · 竝 Parallelism · 中 Center · 庸 Balance

Note

한강에서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비어 있는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늘만 가득 담거나 물만 오롯이 채우지 않는 한, 화면 어디엔가 다리나 제방 같은 인공 구조물이 걸려들기 마련이다. 도시의 밀도를 보여주려 하면 나무와 풀 같은 자연이 시야를 간섭하고, 온전한 자연을 담아내려 하면 거대한 교량과 고층 빌딩들이 프레임을 가로막는다. 자연과 인공이라는 두 가지 질서는 이처럼 한강의 풍경 속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침범하며 공존한다.

나는 이러한 풍경을 하나의 대치(對置)로 바라본다. 자연은 본래의 흐름을 끈질기게 유지하려 하고, 인간은 그 위에 견고한 질서를 세운다. 두 힘은 때로 부조화하게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를 지탱한다. 한강은 자연의 강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만든 도시의 강이다. 강의 흐름 위에 도시의 구조가 놓여 있고, 그 구조의 틈바구니에서 다시 자연이 살아 움직인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이 팽팽한 긴장을 분해해서 바라본다. 화면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자연을, 다른 한쪽에는 인공을 담는다. 하늘을 우러러본 앙각의 시선으로 공간을 가르고, 눈높이의 편안한 수평 시선으로 강변을 나누며, 고개를 숙인 부감으로 땅과 물의 경계를 반으로 가른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시선으로 나뉜 장면들을 차례로 이어 붙이면, 하나의 강이 해체되었다가 다시 조립되는 듯한 한강의 이면(裏面)이 비로소 드러난다.

이 방식은 내가 한강을 바라보는 오랜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구도 속에서 자연과 인공이 충돌할 때, 나는 어느 한쪽을 통제하거나 지워내기보다 두 세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방식으로 프레임을 나눈다. 강을 단순한 풍경으로 보기보다, 서로 다른 질서가 겹친 이중적인 구조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도시의 성장과 편의를 위해 강을 정비하고 거대한 도로와 교량을 세웠다. 그러나 그 차가운 콘크리트 사이에서도 갈대와 새들은 다시 자리를 잡는다. 개발의 밝음을 모르라는 것이 아니라, 그 밝음을 알면서도 자연이라는 근원의 어두움을 지켜야 한다는 묵직한 사실이 이 풍경 속에 함께 존재한다.

자연은 흐르고 도시는 그 위에 머문다. 두 세계가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동시에 균형을 이루는 중용(中庸)의 순간, 그것이 내가 렌즈를 통해 기록하려는 한강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다.

Info

知其白 守其黑
밝음을 알되 어둠을 지킨다.
노자 도덕경 28장

개발과 지배의 역사: 한강 종합개발
생태 보전의 노력 이면에는 한강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했던 거대한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의 한강은 196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해 현재의 굳건한 모습으로 정비되었다.

1968년 한강 개발 이전까지 한강 변은 장마철마다 강물이 범람하는 등 수도(首都)가 아니라 물의 도시라는 뜻의 수도(水都)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사람들에게 외면당했고 무허가 판자촌이 즐비한 방치된 공간이었다. 이에 1968년 시작된 한강 개발 계획은 홍수 방지와 교통망 확충을 주요 목표로 삼아 대대적으로 강변 제방을 쌓고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강의 양 끝을 가로지르는 도로들이 생겨났다. 강변1로에서 9로까지 개설되었던 도로는 1972년 남북으로 나뉘어 강남로와 강변로가 되었고 이후 1982년부터 올림픽에 맞추어 도로를 신설하고 확충하면서 지금 우리가 부르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라는 명칭이 완성되었다.

개발의 주요 목적
강변 도로 건설을 통한 교통 개선 및 홍수 피해 방지
유휴지 정비를 통한 도시 토지 이용도 확대
택지 조성을 통한 도심 인구 분산
교량 건설로 강을 연결하여 도시 기능 확장 (육속화)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과 복원의 노력: 생태 보전
인간의 개발과 통제 속에서도 자연은 묵묵히 제자리를 찾아가며 도시 속 생태계를 이루어냈다. 과거의 무분별한 훼손을 반성하며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본래의 자연을 되돌려주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한강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서울 최초의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지역이다. 갈대와 버드나무가 자라는 습지 환경 속에 수달, 맹꽁이, 다양한 철새가 서식하고 있다. 고층 빌딩과 국회의사당 사이에 위치한 이 거대한 습지는 도시 속 야생을 상징하는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밤섬
한강 한가운데 위치한 서울의 가장 중요한 철새 서식지 중 하나다. 1968년 한강 개발 당시 폭파되어 사라질 뻔했으나 자연의 힘으로 토사가 쌓이면서 스스로 되살아났다. 1999년 서울시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고 2012년에는 국제 습지 보호 협약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다양한 생명이 서식하는 공간으로 보호받고 있다.

노들섬
한강대교 중심에 자리한 노들섬은 과거 백사장으로 사랑받던 공간이었으나 한강 개발 과정에서 모래가 파헤쳐지고 인공 옹벽이 세워지는 아픔을 겪었다.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이 인공 섬은 최근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며 훼손된 공간이 어떻게 다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장소로 회복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선유도공원
과거 한강의 정수장이 있던 산업 시설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고 재생하여 만든 공원이다. 차가운 콘크리트 구조물과 이를 덮은 수생 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도시 시설이 생태 공간으로 변모한 가장 대표적이고 아름다운 사례로 꼽힌다.

난지도생태공원
과거 난초와 지초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에서 서울의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로 버려졌던 뼈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다. 하지만 쓰레기 산 위에 흙을 덮고 오랜 시간 안정화 작업과 생태 복원에 힘쓴 결과 현재는 맹꽁이와 삵 같은 멸종위기종이 발견될 만큼 건강한 생태 숲으로 기적처럼 되살아났다. 파괴된 환경이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하는 생명력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강서습지생태공원
방치되었던 한강 하류의 둔치를 복원하여 만든 생태공원이다. 인공적인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자연형 흙무더기와 갈대를 심어 물고기와 양서류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지금은 수많은 겨울 철새들이 찾아와 안식처로 삼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가 되었다.

고덕수변생태공원
한강 상류인 강동구에 위치한 이곳은 인공적인 조경을 철저히 배제하고 생물이 자연스럽게 서식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도시화로 사라져 가던 모래톱과 수변 환경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한 야생의 공간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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