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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 Samsara

Concept

輪 · 廻 · 生 · 死 · 循 · 環

輪廻 윤회 Samsara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환

生死 생사 Life and Death
태어남과 죽음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 상태

循環 순환 Cycle
끊임없이 되돌아가며 이어지는 자연의 질서

輪 바퀴 륜 · 廻 돌 회 · 生 날 생 · 死 죽을 사 · 循 돌 순 · 環 고리 환

輪 Wheel · 廻 Recurrence · 生 Life · 死 Death · 循 Circulation · 環 Cycle

Note

강변을 걷다 보면 자연 앞에 무언가를 간절히 기원하는 인간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강가에 띄워진 수상 법당에는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한편에서는 무속 신앙의 치성이 치러지기도 한다. 타다 남은 초와 명주실에 감긴 명태나 과일 같은 제물들 그리고 오방색 천들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소망을 자연에 의탁하려는 마음의 표현이다. 사람들은 강물 앞에서 일상의 소망을 빌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아주 가끔 생명이 다한 동식물을 발견하곤 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죽음의 조각을 발견할 때면 한동안 멈춰 서서 바라보게 된다. 처음에는 이러한 풍경이 낯설고 불편했지만 죽은 것을 스스로 정화하며 묵묵히 흐르는 강물을 보며 죽음 역시 강이 품어야 할 자연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사체를 가로 프레임 속에 세로로 배치하며 화면 안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외면하고 싶은 장면을 피하기보다 생사가 공존하는 자연의 숙연함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 했다.

이 거대한 순환의 궤적 안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이들의 씁쓸한 현실도 자리 잡고 있다. 한강은 한국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기적의 공간이지만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는 고단한 삶을 강물에 내려놓으려는 이들도 존재한다. 1917년 인도교 개통 이래 다리 위는 종종 삶과 죽음의 경계가 되었고 지금도 수많은 교량 위에서 24시간 불을 밝히는 생명의 전화가 그 현실을 말해준다. 이 역시 거대한 강물이 품고 흘러가는 우리 삶의 뼈아픈 단면이다.

과거 인도의 갠지스강을 방문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자연의 이치를 보았다. 한쪽에서는 사체를 화장하여 재를 물에 띄워 보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몸을 씻으며 기도를 올리는 풍경은 무척 종교적이고 특별해 보였다. 하지만 배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나가 반대편 모래톱을 바라보는 순간 문득 그곳이 한강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콘크리트 도시의 강이 된 한강과 신앙의 중심지로 남은 갠지스강은 겉모습만 다를 뿐 생명이 나고 자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 앞에서는 모두 같은 물길이었다.

어린잎이 돋아나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기쁘게 반기면서도 우리는 왜 죽음을 그토록 낯설고 두렵게만 느낄까. 강물을 바라보면 삶과 죽음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어지는 흐름임을 깨닫게 된다.

Info

무속 신앙과 한강의 기원 의식
한강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종교 행위와 기원 의식이 이어져 왔다. 강이나 바다에 제물을 놓아두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소망을 자연과 신에게 의탁하는 의미를 지닌다. 주로 닭이나 명태 그리고 과일 등이 제물로 사용되며 촛불을 밝히거나 돈을 두기도 한다. 그리고 우주 만물의 질서를 뜻하는 오방색 천을 사용하여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한강 교량의 자살 예방과 생명의 전화
한강의 다리들은 교통의 요지인 동시에 고단한 삶의 무게를 내려놓으려는 투신의 장소가 되는 슬픈 이면을 지니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소방청에 따르면 한강의 20개 주요 교량에는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되어 있으며 투신을 막기 위한 다양한 물리적 안전 장치와 예방 캠페인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갠지스강과 한강의 생명 순환
인도의 갠지스강은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겨진다. 수많은 신도들이 강물에 몸을 담그며 살아오며 쌓인 업보를 씻어내는 영적 정화 의식을 행한다. 강변에서 사체를 화장한 뒤 남은 재를 강물로 흘려보내는데 이는 육신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어 끊임없이 반복되는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러한 의식은 종교적 특수성을 띠지만 동시에 강을 중심으로 잉태되고 소멸하는 자연의 보편적인 순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강의 생사 흐름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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