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Apartment
Concept
無 · 常 · 住 · 宅
無常 무상 Impermanence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여 고정됨이 없음
住宅 주택 Dwelling
사람이 머물며 삶을 이어가는 공간
아파트 Apartment
수직으로 여러 층을 쌓아 올린 공동주택
無 없을 무 · 常 항상 상 · 住 살 주 · 宅 집 택
無 Nothingness · 常 Continuity · 住 Dwelling · 宅 House





























































Note
나무숲 위로 솟아오른 아파트가 보인다.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바라볼 때마다 그 모습은 사뭇 다르다. 어느 날은 안개에 휩싸인 아름다운 성처럼 보이다가도, 어떤 날은 결코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콘크리트 장벽처럼 다가온다. 빛이 모두 사라진 깜깜한 밤이나 어스름한 새벽이 오면, 아파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은 마치 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는 건축물이지만, 날씨와 시간 그리고 바라보는 내 마음에 따라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이곳의 무상함을 즐긴다.
한국의 도시에서 아파트는 가장 선호되는 주거 형태이다. 누군가는 성냥갑처럼 답답한 감옥 같다고 외면하지만,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심에서 편리성과 효율성을 따지자면 아파트만 한 대안이 없다. 그래서 낡은 동네가 재개발을 시작하면 어김없이 가장 효율적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평생의 목표를 아파트 한 채 장만하는 것으로 삼는 사람들도 흔하다.
물길을 품은 한강변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의 강변은 수해의 위험으로 인해 살기 힘든 동네로 여겨졌고, 무허가 판자촌이 위태롭게 모여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치수 사업과 개발이 이루어진 지금, 강변의 아파트는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의 주거지가 된 지 오래다.
강 건너 천호동과 암사동 일대를 가만히 둘러본다. 물을 곁에 두어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선사시대와 백제시대 사람들이 터를 잡고 번성했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삶의 터전이다. 1925년 한강을 덮친 을축년 대홍수는 역사상 가장 참혹한 자연재해였지만, 역설적으로 그 거센 물길이 땅을 뒤집어엎은 덕분에 흙 속에 잠들어 있던 암사동 선사유적과 백제의 흔적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공원으로 조성된 그곳에는 까마득한 옛날 사람들이 살던 움집이 재현되어 있다. 수천 년 전의 움집터에서 시선을 들어 올리면, 아득하게 솟아오른 현대식 아파트들이 멀리 눈에 들어온다. 흙을 파고 나무를 얹던 과거의 움막 형태에서 지금의 수직 도시로 변모하기까지의 긴 시간이 한 공간에 겹쳐진다. 아파트 다음 시대의 주거 형태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쉽게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콘크리트 숲은 영원할 것 같지만, 그 주변을 감싸는 날씨와 풍경, 그리고 강물은 끊임없이 변하고 또 흐른다.
Info
서울 암사동 유적
사적 제267호로 지정된 이곳은 신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취락 유적이다. 1925년 한강 유역을 덮친 대규모 홍수인 을축년 대홍수 당시, 빗물에 한강변의 모래가 씻겨 내려가면서 수많은 토기 파편과 유물들이 지표면에 노출되며 처음 발견되었다. 한강을 끼고 있어 식수 확보와 어로 활동이 용이했기에, 초기 인류가 정착해 마을을 이루기 가장 적합한 환경이었다.
을축년 대홍수
한강에 단 하나의 저수(貯水) 댐도 없던 시절 한강이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수마(水魔)였다.
동아일보 1925.07.18 기사
1925년 을축년에 일어난 네 차례의 큰 홍수로 7월 초순부터 9월 초순까지 발생한 집중 호우 피해로 연간 강수량의 80%를 기록했으며, 당시 조선총독부 1년 예산의 58%에 해당하는 1억 300만원의 피해를 준 한강 유역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홍수로 기록되어 있다. 대홍수로 숭례문 앞까지 물이 찼으며, 용산역의 열차는 물에 잠겼고, 암사동과 미사리의 선사유적지와 백제의 풍납토성이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