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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발전기 Micro hydro generator

Concept

無 · 常 · 環 · 境 · 水 · 力 · 循

無常 무상 Impermanence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여 고정됨이 없음

環境 환경 Environment
생명과 자연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조건

水力 수력 Hydropower
흐르는 물의 힘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방식

循環 순환 Circulation
자연의 흐름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과정

無 없을 무 · 常 항상 상 · 環 고리 환 · 境 지경 경 · 水 물 수 · 力 힘 력 · 循 돌 순

無 Nothingness · 常 Continuity · 環 Surrounding · 境 Boundary · 水 Water · 力 Power · 循 Circulation

Note

고덕천의 작은 물길이 거대한 한강과 만나는 합류 지점, 그곳에는 물레방아를 닮은 소형 수력 발전기가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 그것은 발전기라기보다 하나의 설치미술처럼 다가왔다. 댐의 거대한 위용과는 거리가 먼 아주 작은 규모였기 때문이다. 물과 맞닿아 힘차게 돌아가야 할 장치가 공중에 떠 있다가 수위에 따라 오르내리는 모습은 생소하면서도 초현실적인 묘한 이끌림을 주었다.

내 마음속에는 이 작고 앙증맞은 발전기가 깊게 자리 잡았다. 작은 시냇물이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기 전 이 장치를 거쳐 가는 모습이 마치 큰 강으로 들어가기 위해 톨게이트를 통과하며 세금을 내듯 잠시 힘을 보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라는 정책 아래 세워진 이 장치는 거대한 수력발전의 축소판 같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는 결코 장치의 규모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묵묵히 보여주는 듯했다.

나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틈틈이 그 모습을 사진과 마음에 기록해 두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듯 어느 순간부터 발전기는 사라지고 없다. 지금 그 자리에는 발전기를 받치고 있던 텅 빈 콘크리트 구조물만이 덩그러니 남아 과거의 흔적을 증명하고 있다. 본래의 역할을 잃은 채 발전의 흉내만 내다 사라진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이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시도했는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한강은 이처럼 수많은 작은 물결과 환경 보존에 대한 인간의 시도를 차별 없이 품어 안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이다. 앙증맞았던 발전기가 세워지고 또 사라지는 동안에도 한강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모든 변화를 지켜보며 흐르고 있다. 작은 시냇물은 큰 강이 되어 바다로 나아가고 인간이 남긴 콘크리트 흔적 위로 다시 자연의 시간이 덮인다. 나는 오늘도 한강의 끝자락에서 텅 빈 구조물을 바라보며 존재하고 사라지는 만물의 무상함과 그 모든 것을 묵묵히 흘려보내는 거대한 자연의 섭리를 마주한다.

Info

소수력발전은 비교적 작은 하천이나 수로의 낙차와 유량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발전 용량은 적지만, 환경을 보존하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된다. 대한민국에서도 2000년대 이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하천 합류부나 수문 인근에서 물의 흐름을 활용하는 소수력발전 실험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물의 힘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방식은 역사가 매우 깊은 기술이다. 중세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곡식을 빻거나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 널리 사용되었던 물레방아가 그 시초이며, 현대의 수력발전 역시 흐르는 물이 바퀴를 돌리고 그 회전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같은 원리에서 출발한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8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깝다

작은 하천에서 이루어지는 소수력발전은 억지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물의 순리대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점에서 상선약수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거대한 구조물로 물길을 막는 대신 그 흐름 자체를 활용하며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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