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새 Bird

Concept

空 · 中 · 水 · 鳥 · 類 · 助 · 演

空中 공중 Midair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공간

水鳥類 수조류 Waterbirds
물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새

助演 조연 Supporting Role
주인공을 돋보이게 함

空 빌 공 · 하늘 · 中 가운데 중 · 사이, 속 · 水 물 수 · 鳥 새 조 · 類 무리 류 · 助 도울 조 · 演 펼 연

空 Emptiness · 中 Middle · 水 Water · 鳥 Bird · 類 Category · 助 Support · 演 Expression

Note

한강에서 감초 역할을 하나만 꼽으라면, 그것은 화려한 빌딩 숲도 물속의 물고기도 아니고 바로 새다. 하늘과 강물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는 새들은 정지해 있는 듯한 고요한 풍경 속에 미묘한 움직임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높은 교각 위를 지키는 갈매기부터 수면 아래를 요동치게 만드는 폭군 같은 무리의 민물가마우지, 그리고 팔당 위쪽으로 날아드는 고니까지. 이들이 허공에 무리 지어 비행하거나 수면에 내려앉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비로소 강물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 사진 속에서 새들은 그저 작은 점(點)으로 등장할 때가 많다. 정사각형이나 파노라마 등 다양한 판형 속에서 이 생명체들을 작게 표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 작업의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도, 새도, 숲도 아닌 ‘강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엑스트라가 주인공보다 지나치게 돋보이면 작품의 본질이 흐려진다. 강 위에서 새가 주인이 될 수 없듯,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거대한 자연의 흐름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엑스트라일 뿐이다.

오래전 사진이 없던 시절에도 선조들은 시문을 통해 강 위를 오가는 새들을 기록했다. 그들은 갈매기를 벗 삼는다는 뜻의 반구정이나 압구정 같은 정자를 짓고, 묵묵히 흐르는 강물 위에서 새들이 빚어내는 율동과 생명력을 감상했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 나 역시 도심 한가운데 흐르는 흑백의 정제된 공간 속에서 그 작은 생명체들을 기다린다. 새를 마주하며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인간 중심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오만한 마음은 점차 옅어지고 자연의 일부로 동화되는 듯한 평온을 얻는다.

어떤 날은 빈 하늘만 마주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뷰파인더 너머로 기록해 두었던 새들의 모습을 다시 꺼내 본다. 예나 지금이나 한강의 시간 속을 묵묵히 오가며 고즈넉한 풍경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존재들. 풍경의 감초 같은 이 작은 새들이 있기에, 오늘도 강물은 멈추지 않고 생명력 있게 흘러간다.

Info

江闊島如拳
離離雨中草
可愛十里碧
時點白鷺鳥

넓은 강물에 조막만 한 섬
비속에 휘늘어진 푸른 풀
고와라 십리 파란빛에
때때로 흰 새가 점 찍혀 있네

조선 중기 임상원(任相元), 염헌집(恬軒集)

반구정(伴鷗亭)과 압구정(狎鷗亭)은 모두 갈매기와 친숙하다는 뜻을 품고 있는 정자로 한강 일대는 예로부터 새들과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장소다.

반구정: 한강 하구 근처 파주시 임진강 하구에 위치한 정자로 1449년(세종 31) 황희(黃喜)가 87세의 나이로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낸 곳이다.

압구정: 강남구 압구정동 산 310번지 일대 한강 연안 높은 터에 조선 세조(재위 1455~1468) 때 정승을 지낸 한명회(韓明澮)가 노후를 한가로이 보내기 위해 정자를 세웠던 것에서 연유한다.

강은 새들의 고향이자 안식처로 수많은 철새와 텃새들은 한강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 해마다 70종 이상이 서식하고, 이 중 40종은 물새로 알려진 수조류(水鳥類)이며, 2000년대 초 한강하구에서 기록된 조류는 10만여 마리 154종에 이르고 있다.

▸ Index

▸ Contact / CV / Info

▸ 작가노트 Artist State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