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과 마천루 Cheonggyesan Mountain and skyscrapers
Concept
無 · 常 · 恒 · 摩 · 天 · 象 · 徵
無常 무상 Impermanence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여 고정됨이 없음
恒常 항상 Constancy
언제나 변함없이 한결같은 상태
摩天 마천 Skyscraper
하늘에 닿을 만큼 아득하게 높음
象徵 상징 Symbol
추상적인 개념이나 사물을 구체적으로 나타냄
無 없을 무 · 常 항상 상 · 恒 항상 항 · 摩 문지를 마 · 天 하늘 천 · 象 형상 상 · 徵 부를 징
無 Nothingness · 常 Continuity · 恒 Constancy · 摩 Contact · 天 Sky · 象 Form · 徵 Sign






















































































Note
청계산과 마천루, 두 개의 이정표
오랫동안 한 장소를 바라보는 습관은 느릿하게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나의 성격과 닮아 있다. 카메라를 통해 하나의 대상을 깊이 관찰하다 보면, 같음과 다름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간극을 발견하게 된다. 2016년부터 한강을 중심으로 청계산과 롯데월드타워가 교차하는 풍경을 1,500장 넘게 기록해 온 이유도 그 변화의 틈새를 포착하기 위함이다.
길이 마땅치 않았던 과거, 한강은 내륙을 잇는 거대한 고속도로이자 생명줄이었다. 험난한 물길을 거슬러 온 옛 선인들이 한양 초입에서 마주한 청계산과 강변의 정자들은 오늘날의 롯데월드타워만큼이나 압도적인 이정표였을 것이다. 과거의 랜드마크가 자연과 어우러진 누각이었다면, 지금은 그 자리를 123층의 마천루가 대신하고 있다. 잦은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멀리서 빛나는 타워를 발견할 때면 ‘아, 드디어 서울에 왔구나’, ‘이제 집에 다 왔구나’ 하는 묘한 위안과 안도감을 느낀다. 한양으로 진입하던 옛사람들 역시 강변에 우뚝 솟은 이정표를 보며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늘에 닿을 듯한 현대의 마천루 뒤로는 청계산, 구룡산, 대모산, 인릉산이 병풍처럼 묵직하게 펼쳐진다. 오랜 시간 촬영된 결과물들을 하나하나 펼쳐놓고 보면, 놀랍게도 단 하루도 같은 풍경이 없다. 4만 2천 장의 유리창이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빌딩과 수백 년을 버텨온 산맥의 실루엣은 날씨에 따라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안개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이 풍경은 모든 물질과 감정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삶의 무상(無常)함을 일깨운다. 매일같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다채로운 우리네 인생을 그대로 투영한다. 나는 수년간 켜켜이 쌓아 올린 이 시간의 응축물을 통해 절대 멈추지 않는 한강의 굽이치는 생동감을 전하고자 한다. 아울러 짙은 안개와 흐린 날 뒤에는 반드시 맑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저 끊임없는 자연과 도시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Info
과거 한강의 랜드마크는 강변의 산과 봉우리, 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亭子)와 누각(樓閣)이었다. 이 구조물들은 단순히 쉬어가는 장소를 넘어, 강줄기를 조망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꾀하던 당대의 마천루였다. 왕실이 관리하던 제천정(濟川亭)을 비롯해 한강 변에 즐비했던 누각과 멀리 솟은 산봉우리들은, 시문 속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시선의 지표이자 상징으로 존재한다.
淸溪朝雲 청계조운
청계산의 아침 구름
고려 말 목은 이색(牧隱 李穡), 용산팔경(龍山八景)
聞說城南景最幽
漢江江上有高樓
도성 남쪽에 경치가 제일 좋은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한강 저 위에 높은 누각이 서 있구나
중국 사신 예겸(倪謙), 제천정(濟川亭),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好是臨江處處樓
강 따라 경치 좋은데 가는 곳마다 누각이네
조선 중기 백광훈(白光勳), 동호즉사(東湖卽事), 옥봉집(玉峯集)
청계산(淸溪山)
망경대(望京臺, 618m)를 주봉으로 하며 서울특별시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의왕시에 걸쳐 있다. 관악산과 함께 수도권 남부를 지탱하는 거대한 자연의 축이다. 이곳에서 발원한 양재천은 과천과 서울 강남 지역을 가로질러 탄천과 합류한 뒤 한강으로 흘러든다.
롯데월드타워(Lotte World Tower)
높이 555m, 지상 123층의 초고층 빌딩으로 2016년 완공되었다. 42,000장의 유리창으로 구성된 외벽은 빛의 반사를 극대화한다. 자연의 산봉우리가 차지했던 랜드마크의 지위를 현대의 기술력이 응집된 마천루가 이어받은 형태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