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참나무 Pin Oak Tree
Concept
無 · 常 · 循 · 環 · 生 · 成 · 消 · 滅
無常 무상 Impermanence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여 고정됨이 없음
循環 순환 Circulation
자연의 흐름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과정
生成 생성 Creation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고 자라남
消滅 소멸 Extinction
생명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감
無 없을 무 · 常 항상 상 · 循 돌 순 · 環 고리 환 · 生 날 생 · 成 이룰 성 · 消 사라질 소 · 滅 멸할 멸
無 Nothingness · 常 Continuity · 循 Circulation · 環 Cycle · 生 Birth · 成 Formation · 消 Disappearance · 滅 Extinction







































Note
한강을 둘러싼 공간은 단순하고 견고한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 강물에서 시작해 콘크리트 호안,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공원, 자동차 도로, 그리고 주거지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는 도시가 자연을 어떻게 정리하고 배치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강을 중심으로 양쪽이 대칭을 이루는 이 풍경 속에서 모든 것은 수평으로 흐른다. 사람들은 강 앞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가로로 이동하며,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리를 이용해야만 한다.
나는 오랫동안 호안과 자전거도로, 산책로 주변에 머물며 한강을 기록해 왔다. 자동차 도로 쪽 둔덕에 올라 강변을 바라보면, 끝없는 수평의 흐름 속에서 수직으로 서 있는 대왕참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있다. 인위적으로 심어진 이 나무들은 도시의 질서 속에 편입된 자연이다. 곧게 서 있는 나무들은 같은 간격을 유지하며 또 다른 규칙을 만들어낸다. 한자리에 머물며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이 나무들이 가진 낯선 특징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대왕참나무는 한겨울의 매서운 강바람 속에서도 잎을 완전히 떨구지 않고 마른 잎을 단 채 계절을 버텨내고 있었다.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바싹 마른 잎을 달고 서 있는 그 모습은 무심히 지나칠 때는 보이지 않던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특히 눈이 내린 날이나 해가 낮게 깔린 시간에 길게 늘어진 나무들의 그림자는 수평의 흐름에 수직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준다.
나무들이 만든 견고한 규칙과 질서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통일성을 깨뜨리는 변수처럼 보인다. 저 멀리 강변과 맞닿은 길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사람들이 가끔씩 오가지만, 내가 서있는 자동차 도로 쪽 둔덕 앞은 인적이 무척 드물다.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어떤 날은 기다리는 동안 단 한 사람도 지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기나긴 기다림 끝에 누군가 지나갈 때면 그 존재가 유난히 반갑다. 내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카메라를 든 나를 궁금해하며 바라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묻지 않고 다시 각자의 방향을 따라 지나간다.
겨울을 지나 계절이 바뀌기 전, 공터의 흙이 고르게 다져진 모습을 보았다. 아직 아무것도 피어나지 않은 텅 빈 자리에서 앞으로 펼쳐질 풍경을 상상한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될 그 공간은 조용히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것이 가로로 흐르는 질서 속에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한강의 장면들을 계속해서 관찰하고 기록한다.
Info
대왕참나무 (핀오크)
대왕참나무는 북미 동부가 원산지인 참나무속 낙엽수다. 영미권에서는 핀오크라고 부르는데, 이는 나무의 몸통과 큰 가지에 핀처럼 튀어나온 가늘고 짧은 곁가지들이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한국에서는 길쭉한 잎의 가장자리가 여러 번 깊이 패어 들어간 모양이 마치 한자 임금 왕 자와 같다고 하여 대왕참나무로 불린다.
보통 높이가 20미터에서 최대 35미터까지 자라며 비교적 빨리 성장하는 편이지만 평균 수명은 120년 정도로 길지 않다. 어린 나무는 나무껍질이 매끄럽고 피라미드 모양의 수형을 띠지만, 나이가 40년을 넘으면 나무껍질이 더 거칠어지고 수형이 느슨해지며 넓게 퍼진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4월에서 5월에 걸쳐 황록색으로 아래로 늘어져 핀다. 잎 뒷면에는 흰색 털이 있으며 윤기가 나는 녹색 잎은 가을이 되면 붉은색이나 적갈색으로 단풍이 든다. 10월 말경 낙엽이 지지만 겨울 내내 잎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가지에 붙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이 마른 잎들은 이듬해 4월 중순경 새잎이 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짙은 갈색의 도토리는 얇고 얕은 컵 모양의 깍지에 밑부분이 싸여 있다.
공해에 강해 도심 환경에 심어도 잘 자라며, 도로변에 심어 자동차 매연이나 소음 등을 차단하는 용도로도 탁월하여 가로수로 널리 활용된다.
마른 잎을 매단 채 겨울을 나는 나무
가을, 겨울이 되어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죽은 채로 가지에 붙어 있는 현상을 마르세슨스 Marcescence 라고 부른다. 참나무류나 너도밤나무류에서 흔히 관찰되며, 혹독한 추위나 건조함으로부터 어린 가지를 보호하고 봄에 잎이 떨어지며 주변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 등 여러 가설이 제시되어 있으나, 하나의 이유로 단정되지는 않는다.
도시 생태계와 가로수
도시의 강변 공간은 기능에 따라 층위적으로 구획된다. 하천의 흐름을 통제하는 호안, 보행과 이동을 위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휴식과 녹지를 위한 공원, 그리고 교통을 위한 도로와 주거지가 순차적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하기 위한 도시 계획의 결과다.
도시 생태계에서 줄지어 심어진 가로수는 단순한 조경의 역할을 넘어,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는 생태 통로가 된다. 강변의 콘크리트 호안과 자동차 도로 사이에 조성된 수림대는 강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하는 동시에, 거대한 강을 따라 이동하는 새와 곤충들에게 귀중한 서식처와 휴식처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