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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3 Pier3

Concept

無 · 常 · 不 · 動 · 對 · 比 · 斜 · 線

無常 무상 Impermanence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여 고정됨이 없음

不動 부동 Immobility
어떤 힘에도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음

對比 대비 Contrast
두 가지의 차이가 맞부딪혀 뚜렷하게 드러남

斜線 사선 Diagonal Line
비스듬하게 그어진 선

無 없을 무 · 常 항상 상 · 不 아닐 부 · 動 움직일 동 · 對 마주할 대 · 比 견줄 비 · 斜 비스듬할 사 · 線 줄 선

無 Nothingness · 常 Continuity · 不 Negation · 動 Motion · 對 Contrast · 比 Comparison · 斜 Diagonal · 線 Line

Note

구리암사대교 북단 아래에서 남단 방향으로 교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촬영을 이어오고 있다. 같은 강물 위를 가로지르지만, 지형과 수심 등 물리적 상황을 고려해 다리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공법이 다르기에 교각의 형태 또한 사뭇 다르다. 강물 위에 낯설게 솟아오른 각기 다른 생김새의 교각들이 빚어내는 기하학적인 긴장감은 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구리암사대교의 교각은 사선 형태의 V자 모양을 띠고 있어 광나루에서 마주했던 아차산대교의 원통형 기둥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이 다리는 이러한 구조적 대비를 온전히 관찰할 수 있는 내 사진 작업의 중심에 놓여 있다.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더라도 형태가 달라지면 장면이 주는 감각 역시 달라진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문득 무상함을 느낀다. 강변의 모든 것은 멈춰 있고 오직 강물만이 흘러가는 듯하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며 흐르는 것 같은 나조차도 결국 어느 순간에는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익숙한 한강에서 가장 낯선 감각이 일어나는 순간은 거대한 교각을 마주할 때다. 다리의 무게를 온전히 받쳐 드는 교각은 굳건한 부동을 상징한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하는 것이 교각에 주어진 주요 임무이자 숙명이라면, 그 아래를 쉬지 않고 흘러가야 하는 것은 강물의 숙명이다. 절대적인 멈춤과 영원한 흐름이라는 역설. 이 두 가지가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과 대비가 나를 교각 앞으로 이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다리 아래의 흔한 풍경은 사실 이토록 극한의 대립 속에 놓여 있다.

이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의 극명한 특징을 가장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는 위치는 교각의 정면이다. 마치 피사체의 본질을 기록하는 증명사진처럼 교각의 바로 앞 정확히 정면에서 기둥을 응시한다. 그곳이 흔들림 없는 교각의 뼈대와 멈추지 않는 강물의 대비를 가장 확실하게 증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기록한 사진들을 모아 놓고 관찰하면 교각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그 주변의 하늘과 물결은 늘 변한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날에는 물결과 콘크리트 교각이 하나 되어 모두 멈춘 듯 보이지만, 날씨가 변하고 바람이 불면, 이 둘은 다시 극명하게 분리된다. 단 한순간도 같음이 없는 이 무상함을 사진으로 차곡차곡 기록해 나갈 때, 비로소 그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마주하게 된다.

Info

구리암사대교는 서울 강동구 암사동과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을 연결하는 한강의 교량이다. 2014년 11월 21일 용마터널과 함께 개통되어 서울 동부권의 새로운 직결 도로망을 완성했으며, 기존 천호대교와 강동대교에 집중되던 교통량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켰다.

다리가 위치한 한강 상류 일대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청정 수역이다. 이로 인해 건설 당시부터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상수원 보호 공법이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다리 주변으로는 높이 솟은 아차산 자락과 넓게 펼쳐진 구리 한강공원, 그리고 신석기 시대의 흔적을 품은 암사동 선사유적지가 어우러져 깊은 역사적 자연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교량 중앙부의 거대한 아치는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맑은 날 실제 태양이 아치에 반사 되거나 늦은 저녁 경관 조명이 수면에 반사될 때면, 마치 강물 속에서 태양이 솟아오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 위로 굳건히 서 있는 이 아치는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자연의 순환과 빛의 일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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