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2 Pier2
Concept
無 · 常 · 不 · 動 · 對 · 比 · 圓 · 筒
無常 무상 Impermanence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여 고정됨이 없음
不動 부동 Immobility
어떤 힘에도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음
對比 대비 Contrast
두 가지의 차이가 맞부딪혀 뚜렷하게 드러남
圓筒 원통 Cylinder
곡면으로 둘러싸인 입체의 구조
無 없을 무 · 常 항상 상 · 不 아닐 부 · 動 움직일 동 · 對 마주할 대 · 比 견줄 비 · 圓 둥글 원 · 筒 대통 통
無 Nothingness · 常 Continuity · 不 Negation · 動 Motion · 對 Contrast · 比 Comparison · 圓 Circle · 筒 Cylinder
































































Note
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아차산대교 교각 아래는 내가 처음 한강을 피사체로 마주한 고향 같은 곳이다. 강물 위 거대한 원통형 교각은 육중한 무게로 물의 흐름을 견디며 곧게 서 있다. 과거 번성했던 광나루 옛터인 이곳에서 나는 사진의 첫걸음을 떼었다. 수많은 날을 교각 아래 머물며 빛과 물결의 변화를 관찰했다.
같은 것을 반복해서 마주하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하루하루의 변화가 서서히 드러난다. 이렇게 끈질기고 집요한 반복이 깊이 있는 시선을 만든다고 믿는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같은 자리를 수십 번, 수백 번 찾는 일은 나에게 풍경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문득 무상함을 느낀다. 강변의 모든 것은 멈춰 있고 오직 강물만이 흘러가는 듯하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며 흐르는 것 같은 나조차도 결국 어느 순간에는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익숙한 한강에서 가장 낯선 감각이 일어나는 순간은 거대한 교각을 마주할 때다. 다리의 무게를 온전히 받쳐 드는 교각은 굳건한 부동을 상징한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하는 것이 교각에 주어진 주요 임무이자 숙명이라면, 그 아래를 쉬지 않고 흘러가야 하는 것은 강물의 숙명이다. 절대적인 멈춤과 영원한 흐름이라는 역설. 이 두 가지가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과 대비가 나를 교각 앞으로 이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다리 아래의 흔한 풍경은 사실 이토록 극한의 대립 속에 놓여 있다.
이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의 극명한 특징을 가장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는 위치는 교각의 정면이다. 마치 피사체의 본질을 기록하는 증명사진처럼 교각의 바로 앞 정확히 정면에서 기둥을 응시한다. 그곳이 흔들림 없는 교각의 뼈대와 멈추지 않는 강물의 대비를 가장 확실하게 증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기록한 사진들을 모아 놓고 관찰하면 교각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그 주변의 하늘과 물결은 늘 변한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날에는 물결과 콘크리트 교각이 하나 되어 모두 멈춘 듯 보이지만, 날씨가 변하고 바람이 불면, 이 둘은 다시 극명하게 분리된다. 단 한순간도 같음이 없는 이 무상함을 사진으로 차곡차곡 기록해 나갈 때, 비로소 그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마주하게 된다.
Info
아차산대교
2003년 11월 준공된 교량으로 서울특별시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를 연결한다. 강변북로의 일부로 기능하며, 일반적인 횡단 교량과 달리 강을 가로지르기보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사진 뒤로 교량이 보이지 않고 원통형 기둥만 보이는 이유는 교량이 물길을 따라서 가로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광나루 옛터
아차산대교 아래는 과거 광나루가 있던 장소다. 광나루는 서울에서 강원도와 남쪽 지방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예로부터 수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교통의 요지였다. 특히 강원과 충청 지역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는 조운선이 머물며 세곡과 물자를 관리하던 매우 번성했던 나루터로 한강 수운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