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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1 Pier1

Concept

無 · 常 · 不 · 動 · 對 · 比

無常 무상 Impermanence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여 고정됨이 없음

不動 부동 Immobility
어떤 힘에도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음

對比 대비 Contrast
두 가지의 차이가 맞부딪혀 뚜렷하게 드러남

無 없을 무 · 常 항상 상 · 不 아닐 부 · 動 움직일 동 · 對 마주할 대 · 比 견줄 비

無 Nothingness · 常 Continuity · 不 Negation · 動 Motion · 對 Contrast · 比 Comparison

Note

매년 12월 중 하루는 한강철교 남단 아래로 가서 촬영한다. 한강철교는 한국에 놓인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로 남단에서 북단 쪽을 향해 교각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같은 장소에 카메라를 세우면 다시 1년이 흘렀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리고 미세하게 변해가는 교각의 표면과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무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머리 위로는 굉음을 내며 열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초고속 열차 KTX부터 화물열차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끝없이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른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경이롭다.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교각의 뼈대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세월을 증언해 왔다. 지금은 구조물의 겉면이 에메랄드빛으로 덧칠해져 조금 변한 듯 보이지만, 자신의 본분을 다하며 버티고 선 그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문득 무상함을 느낀다. 강변의 모든 것은 멈춰 있고 오직 강물만이 흘러가는 듯하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며 흐르는 것 같은 나조차도 결국 어느 순간에는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익숙한 한강에서 가장 낯선 감각이 일어나는 순간은 거대한 교각을 마주할 때다. 다리의 무게를 온전히 받쳐 드는 교각은 굳건한 부동을 상징한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하는 것이 교각에 주어진 주요 임무이자 숙명이라면, 그 아래를 쉬지 않고 흘러가야 하는 것은 강물의 숙명이다. 절대적인 멈춤과 영원한 흐름이라는 역설. 이 두 가지가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과 대비가 나를 교각 앞으로 이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다리 아래의 흔한 풍경은 사실 이토록 극한의 대립 속에 놓여 있다.

이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의 극명한 특징을 가장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는 위치는 교각의 정면이다. 마치 피사체의 본질을 기록하는 증명사진처럼 교각의 바로 앞 정확히 정면에서 기둥을 응시한다. 그곳이 흔들림 없는 교각의 뼈대와 멈추지 않는 강물의 대비를 가장 확실하게 증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기록한 사진들을 모아 놓고 관찰하면 교각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그 주변의 하늘과 물결은 늘 변한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날에는 물결과 콘크리트 교각이 하나 되어 모두 멈춘 듯 보이지만, 날씨가 변하고 바람이 불면, 이 둘은 다시 극명하게 분리된다. 단 한순간도 같음이 없는 이 무상함을 사진으로 차곡차곡 기록해 나갈 때, 비로소 그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마주하게 된다.

Info

한강철교
1900년 7월 준공된 한강철교는 한강에 놓인 최초의 다리다. 노량진에서 끊겨 있던 경인선을 용산역과 남대문역(현 서울역)까지 연장하기 위해 건설한 철도 전용 교량이다. 1897년 착공한 B선을 시작으로 1996년 개통된 D선까지 99년 동안 총 4개의 선으로 확장되었다. 사진 왼쪽 부터 서에서 동쪽으로 C-D-A-B선 순으로 놓여있다. A선과 B선은 단선이며, C선과 D선은 복선이다. 개통 순서는 B선(1900년), A선(1912년), C선(1944년), D선(1996년) 순이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30분, 아군의 작전상 명목하에 한강인도교와 함께 폭파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1969년 6월에 온전히 복구되어 폭파 후 19년 만에 다시 개통되었다. 한강철교가 건설되기 이전 한국 전역에는 근대적인 교량이 없었으며, 왕실의 행차 등 큰 행사에는 배를 잇대어 만든 주교(배다리)를 임시로 가설하여 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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