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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Edge

Concept

境 · 界 · 警 · 戒 · 水 · 路 · 慧 · 眼

境界 경계 Boundary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육지와 물의 맞닿은 끝

警戒 경계 Caution
생과 사를 모두 품은 거대한 자연을 향한 경계

水路 수로 Waterway
강을 따라 이어진 길

慧眼 혜안 Insight
물길을 읽어내듯 삶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눈

境 지경 경 · 界 지경 계 · 警 깨우칠 경 · 戒 경계할 계 · 水 물 수 · 路 길 로 · 慧 슬기 혜 · 眼 눈 안

境 Boundary · 界 Limit · 警 Warning · 戒 Caution · 水 Water · 路 Path · 慧 Wisdom · 眼 Eye

Note

고대인들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강이나 바다의 물가는 세상의 끝을 상징했다.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육로의 끝, 강과 육지가 만나는 그곳에 선(線)처럼 이어진 작은 산책로들이 있다. 길이 끊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강을 건너는 대신 강을 따라 길을 만들었다.

나는 종종 한강에 즐비하게 늘어선 다리 위에 올라 이 작은 길들을 내려다보는 것을 즐긴다. 한강의 다리들은 사람보다는 자동차의 통행을 우선하여 지어졌기에 인도는 한두 명이 겨우 지날 만큼 비좁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그 좁은 다리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보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물의 경계(境界)를 따라 인간이 만든 규칙에 따라 정돈되고 움직이는 차량과 사람들의 흐름이 보인다. 이는 우리가 거대한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지를 묵묵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작은 개울은 신발을 벗고 쉽게 건널 수 있지만, 거대한 강을 건너는 일은 때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절박함을 동반한다. 물은 모든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자칫 가볍게 여겼다가는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생과 사를 동시에 품고 있는 강물을 오롯이 바라보고 있으면 고마움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물속에는 보이지 않는 웅덩이인 소(沼)와 급류, 온도의 차이 등 수많은 물길이 존재한다. 오랜 경험으로 이 숨겨진 물길을 훤히 꿰뚫어 보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물길을 안다고 말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네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실패와 희망을 거듭하며 조심스레 인생의 물길을 익히다 보면, 어느새 삶을 관조하는 혜안을 얻게 되지 않을까.

과거의 한강은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거대한 길이었다. 조운(漕運)을 통해 나라의 세곡이 운반되었고, 마포나루에는 서해의 물산이, 뚝섬과 광나루에는 강원도에서 내려온 물자들이 모여들었다. 강을 무대로 활약하던 경강상인들의 위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한강 종합개발 이후, 강의 양 끝은 콘크리트 고속화도로와 자전거 도로로 대칭을 이루며 고착되었다. 강물을 따라 배로 직접 이동하던 시대는 가고, 이제 하늘에서 강을 내려다보면 남단과 북단의 고속화도로 사이를 다리들이 가로지르며 마치 거대하게 휘어진 사다리 같은 형상만이 남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길이 되던 강물은, 이제 인간의 공간을 가르는 커다란 경계선으로 변모해 버렸다. 이 낯설고도 익숙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사물의 한계를 뜻하는 경계(境界)와 위험을 살피고 조심한다는 경계(警戒)의 두 얼굴을 동시에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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